시호(諡號), 묘호(廟號), 능호(陵號), 존시(尊諡), 전호(殿號)
출처 : http://blog.daum.net/56kimy/70
저 옛날 행세께나 하던 사람들은 이름이 여러 가지였다. 존귀한 사람들의 아명은 휘(諱)라 했고, 남자가 성인이 되면 부모나 스승이나 친구들이 지어 주는 자(字)가 있었으며, 나이가 들어 독자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되면 스스로 호(號)를 지었다. 친구들끼리는 자(字)로 불렀고 손윗사람을 부를 때에는 호(號)를 사용하였다 .
왕족이나 사대부들이 죽고 나면 이밖에도 여러 가지 호들이 붙여졌다.
시호, 묘호, 능호, 존시, 전호 등등이 그것이다.
시호(諡號)는 왕이나 왕비 등이 죽은 뒤에 그 공덕을 찬양하여 추증하는 호(號)이다. 높은 벼슬을 한 사람이나 학덕이 높은 선비들이 타계하면 그의 행적에 따라 국왕이 시호를 내려주기도 했는데 처음엔 종친이나 실직에 있었던 정2품 이상의 문무관과 공신에게만 주어지다가 나중엔 기준이 완화되면서 대상도 확대되었다.
또 묘호(廟號)는 왕이 죽은 뒤 종묘(宗廟)에 신위(神位)를 모실 때 붙이는 용도로 추증된 것이며, 능호(陵號)는 능의 명칭이다.
살아서 경사스러울 때나 죽은 뒤에 왕의 업적을 기리고 존경하는 뜻에서 지어 올리는 존시(尊諡)라는 것도 있었고, 왕후에겐 국장이후 3년동안 신주를 모시는 혼전을 일컫는 전호(殿號)도 있었다.
세종대왕의 경우, 휘는 이도(李祹), 자는 원정(元正)이며, 존시는 영문예무인성명효대왕(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 시호는 장헌(莊憲), 묘호는 세종(世宗), 능호는 영릉(英陵)이다.
임금은 일반적으로 묘호로 불리고, 왕후는 시호로 일컬어진다.
뜬금없이 이 얘기를 꺼내는 까닭은 요즘 일부 사극에서 호칭을 너무 함부로 쓰고 있는 게 거슬려서다. 딱 한 가지만 예로 들어보겠다.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선 나중에 인현왕후가 되는 홍수현의 이름은 민인현이고, 아버지 민유중(이효정)은 '인현아!'라고 부르며, 심지어 자막에도 '인현(훗날 인현왕후)'로 표기되고 있다. 30일 방송된 8회에선 죽은 인경왕후의 이름도 '김인경'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까지 할까 싶다. 적당한 아명을 만들어 쓰면 될 것을 죽은 뒤에 붙여진 시호를 이름으로 쓰다니 아무리 팩션 드라마라고 해도 너무 한다 싶다. 나중에 희빈이 되는 장옥정은 폐출돼 사약을 받고 죽었기 때문에 시호가 없어 딱 들어맞는 예는 아니지만 그를 부를 때 '옥정아!'가 아니라 '희빈아!'라고 부르는 격이나 다름없는 것이니까.
참고로 인현왕후가 죽은 뒤 시호 등이 붙여진 숙종 27년(1701년) 8월 20일자 조선왕조실록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여러 대신(大臣)과 정부(政府) 관각(館閣)의 당상관(堂上官)과 육조(六曹)의 참판(參判) 이상이 대행 왕비(大行王妃)의 시호(諡號)는 인현(仁顯), 능호(陵號)는 명릉(明陵), 전호(殿號)는 경녕(敬寧)이라고 의논하여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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